떡볶이에 대한 추억

생각노트/나만의 인생철학

 

떡볶이에 대한 추억

 

1990년대초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하교 때마다 고민에 빠져야 했다. 왜? 집으로 돌아가는 큰 길과 시장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장길은 불편했지만 늘 재미있고 신기하고 맛있었기 때문에 나는 10분이 채 안 걸리는 대로를 놔두고 20분 넘게 꼬불꼬불 시장길을 택했다.

 

 

 

01 어릴적 먹던 떡볶이

무엇보다 그 길에는 바로 떡볶이가 있었다. 시장 한켠 노점 떡볶이 가게, 군침 도는 떡볶이와 바삭한 튀김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그곳은 꼬마를 끌어당기는 거대한 자석이었다. 한 컵에 200원이었나? 돈이 조금 모자라 주머니를 만지작 거리면 떡볶이 아줌마는 '됐다'며 종이컵 가득 떡볶이를 담아주셨다.

 

지금은 자장면은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특별한 날 먹는 귀한 음식이었기에 나에겐 지루한 수업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힘, 숙제를 잔뜩 해야 하는 하교 길을 신나게 뛰어가도록 만들어주는 떡볶이가 참 고마웠다.

 

 


02 나이가 들어 먹는 떡볶이

나이를 먹었다. 더 이상 떡볶이 아줌마 앞에서 주머니를 만지작거릴 필요도 없고 빠른 길을 놔두고 일부러 돌아갈만큼 떡볶이가 고프지도 그립지도 않다. 그런데도 왜 내 마음은 아직 떡볶이를 떠나지 못하고 있을 걸까?

 

간혹 마음이 헛헛한 날에 동네 노점 떡볶이 집에 들른다. 얼굴만 바뀌었지 역시 비슷한 느낌의 아줌마가 떡볶이를 수북하게 담아준다. 오뎅 국물을 마시고 튀김을 시켜 남은 국물에 찍어 먹고 그리고 돌아오는길에 담배 한대를 피운다.


하지만 예전의 그 맛은 아니다. 내가 한살한살 먹어가는 만큼 예전의 그 맛은 내 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걸음이 아무리 나아간들 결국은 우리 인생의 테두리 안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03 떡볶이의 기억과 추억 사이


기억과 추억의 차이는 무엇일까? 맛과 향기 그리고 색채가의 차이라고 본다. 기억은 맛없고 무색무취인데 반해 추억을 향긋하고 맛있고 예쁘거나 아련하다.


나도 30대가 되고 40대가 되고 점점 더 어른이 되겠지. 하지만 땀 흘리며 골목기를 뛰어가던 그 추억이 그리울 때마다 난 떡볶이를 찾을 것 같다. 더 이상 떡볶이가 거대 자석의 히을 발휘하지는 않지만 10여년 전으로 되돌아가게 해주는 타임머신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타임머신으로써의 떡볶이가 꼭 나에게만 그럴까? 나와 비슷한 세대를 지내온 이들이 한꺼번에 떡볶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 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떢볶이와 함께.

 

 

 

에이넷 디자인&마케팅 권영미 대표의 책 <Topokki Story>에 투고했던 글입니다. 저의 글 외에 김수미, 이왕표, 장태평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홍석천, 박준형씨의 재미난 떡볶이가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

 

쌀 소비 촉진 및 한국의 문화 아이콘으로의 <떡볶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쓰여져서 추억과 더불어 미래를 엿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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