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째 몰래산타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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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몰래산타를 마치며..

 

 

여느 크리스마스 이브와 다름 없이 8번째 몰래산타를 마쳤다. 업무가 많아 그 어느 해보다 많은 것을 준비하지 못했다. 그래서 준비한 것을 완벽히 보여줬다기보다 임기응변으로 대처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직접 만나니 잊고 있었던 그 무언가를 다시 찾게되었다.

 

 

SNAPSHOT1.

보통 광화문에서 출정식을 했었는데 촛불집회가 열리는 관계로 신촌으로 자리를 잡았다. 시국이 혼란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작년보다는 더 빨리 모집이 되었다고 들었다. 

 

그동안은 준비가 참 미흡했는데 이번엔 주최측에서 나름 노력을 많이 한 것으로 보였다. 신청에서부터 물품 배포와 지역 배정까지. 특별한 불편함 없이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다. 이렇게나마 박수를 보낸다.

 

우리 조는 이제 막 수능을 마친 여고생 2명, 쉐프를 꿈꾸는 남자 대학생 2명, 20대 직장인 2명, 30대 직장인 2명으로 구성되었다. 다행히 나이 서열은 2위였다.

 

우리 조가 맡은 지역은 구로구 고척동 일대의 총 네 가정이었다. 대게는 버스나 지하철을 통해 이동했지만 차량 보유자가 2명인 관계로 이번엔 자차로 이동했다.

 

하지만 산타를 신청해하는 가정은 편부모나 다문화 가정들이 많고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하다. 그래서 교통이 좋지 못한 주택 지역이 많기에 집을 찾는데 조금 헤맸지만 나름 주소 표시가 잘 되어 있었다.

 

 

SNAPSHOT2.

첫 번째 가정은 6,7살의 남매가 살고 있는 편부모 가정이었다. 갑자기 산타와 산타를 포함한 8명이 우르르 들어오니 아이들이 당황했었다. 하지만 율동을 보여주고 마술을 보여주니 마음이 풀어졌는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줬다. 대게의 아이들이 처음엔 부끄러워하지만 함께 무엇을 하면서 마음이 풀리곤 한다.

 

두 번째 가정은 6살의 아들과 살고 있는 편부모 가정이었다. 엄마가 젊고 아름답고 표정도 밝아서일까, 아들도 역시나 잘생기고 미소가 이뻤다. 뿐만 아니라 산타를 믿어주었고 우리의 모든 노력에 긍정적 반응을 보여주어 우리들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세 번째 가정은 7,9살 자매가 살고 있는 편부모 가정이었다. 동생은 환영해 주었지만 언니는 극히 쑥스러워하며 엄마 뒤에 숨어 버렸다. 그래도 저 뒤에서 우리가 하는 율동과 마술, 구연 동화들에 반응을 보여주는 모습이 고마웠다.

 

네 번째 가정은 5,8,10살의 세 자매가 살고 있었다. 다만 한 아이가 산타에 대해 격렬한 거부감을 보여 당황했다. 우리가 보는 앞에서 편지를 찢고 돈으로 달라고 그리고 나가라도 했다. 하지만 몰래산타는 능청스럽게 다 품어줘야 하기에 나름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SNAPSHOT3.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9년전에 처음 몰래산타를 할 때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친구는 지금 대학생이 되었을 것이다. 아직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었는데 할머니께서 몸이 안 좋으셔서 아이와 얼마나 함께할 수 있을까를 걱정을 하셨다.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몰래산타를 한 그 시간 외에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말 아프고 힘들어 할 때 힘이 되지 못했던 것이 미안했다. 그 시간에 난 그저 부어라, 마셔라 했던 것은 아닐까..

 

소외 계층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보금자리이겠지만 그 외에도 평범한 가정처럼 경험하고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작은 도움이다. 생일에 케이크 촛불에 불을 불어보고 함께 놀이 공원이나 공연, 전시도 가보고 크리스마스에 선물도 받아보고.. 우리들이 조금만 더 나누고 사회가 조금만 더 배려하면 그들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내년에 내가 직장인이라는 수식어를 떼고 사회에 독립적으로 나올 수 있다면.. 더 가치있는 소비, 더 가치있는 나눔을 위한 구체적 실천을 해보고자 한다. 아니, 지금부터라도. 직장 동료들과 어울릴 수 없다 하더라도 그저 쾌락을 위한 소비, 의미없는 언행들을 줄여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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